4주차에 접어들면서 java가 시작되었다.
수강생들간의 편차가 가장 큰 과목이 java 일것 같아서 우려를 많이 했고, 실제 강의를해보니 편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누군가는 변수할당도 어려워하고 if문 사용도 버거워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프로그래머스 순위에 랭커로 들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최대한 쉬운 강의를 지향하고자 했으나, 나도 모르게 강의에 속도와 탄력이 붙어버려서 비전공 수강생들이 많이 어려워 했고, 또 그렇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천천히 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비전공 전공이라는 키워드가 SW개발자 분야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인것 같다. 비전공이라 어렵다. 전공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각자의 전공을 대학4년동안 듣고 공부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1학년때는 교양을 듣고 입문수업을 듣는다 가정하고 빼고나면 3년의 시간동안 하루에 순공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알바하랴 대외활동하랴 바쁜와중에, 수업시간을 포함해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하루에 4,5시간내외이지 않을까 싶다. 또 개중에는 전공이 맞지 않아 어거지로 어찌저찌 졸업하는 사람도 많을것이다.
그러면 비전공자가 하루 10~12시간을 투여해서 주말없이 열심히 했다는 가정하에 1년~1년반이면 전공자의 공부시간을 따라 잡을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대학 전공에서 공부하는 것은 실무환경에 필요한 지식과는 괴리가 있으니 이래저래 1년을 열심히 하면 갭을 어느정도 좁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공부머리가 있고, 감각이 있으면 온전히 공부하는 시간이 확보된다는 가정하에 6개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완전한 비전공자이다.
잠깐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연세대 08학번으로 인문학부로 입학을 했다. 그 당시엔 정시로 입학하면 대개 학부로 입학을 했었고, 나 또한 딱히 하고 싶은 전공 없이 수능 점수 맞춰 인문학부에 들어갔다.
연대 인문학부 안에는 국문학과, 사학과, 심리학과 등의 전공이 있었고, 그 중에 딱히 하고 싶은 전공은 없었다. 그나마 역사를 배워두는게 인생이 도움이 될것 같고, 그나마 역사가 사실에 기반한 fact를 공부하는 것에 가깝다 생각하여 성향에 맞지 않을까 싶었다.
전공에 대한 비젼도 없고, 먹고살것도 막막할것 같아 1,2학년때는 방황을 했고, 그나마 기억에 남는것은 닥치는대로 많은 영화를 봤고, 그 때 봤던 좋은 영화들이 내 인생의 큰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는 영화감독이나 pd같은 연출을 하고 싶었다. 촬영현장도 엑스트라 알바로 기웃거리기도 했다.
군대에 갔다와서는 경영,경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통계, 회계, 통계수학 등 경영 중에 특히 투자 분야에 대해 수업도 듣고 개인적인 공부도 많이 했다. 자꾸 다른 길로 새니 졸업도 조금 늦어져서 초과학기도 했다.
그 와중에 창업도 해보고 싶어서 친구를 설득해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게 되었다. 학원기사들과 학원주들을 실시간으로 매칭해주는 구인구직 사이트였는데, 사이트를 개발해야하는 문제가 생겼다. 테헤란로를 쭉 돌아보니 500에서 1000을 달라 하니,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는가. 아는 지인의 지인을 통해 개발자 한명을 구했고, 설득에 설득을 통해 지분을 주고 무상으로 개발을 해주기로 해서 웹사이트를 완성하게 되었다.
홈페이지 수준이 아니라, 지금의 원티드와 같은 보상금제도와 자동매칭 등 나름 기능이 많은 사이트였다. 기획, 개발, 오픈이 대략 1달만에 이뤄지는 엄청난 속도로 개발이 끝이 났다.
개발 종료 이후부터는 유지보수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고치고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컴퓨터공학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당시 사용했던 스택인 php, mysql, linux 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던것 같다.
그러다가 사이트는 지지부진 운영이 되질 않았고, 나는 취업을 해야했다. 당시에는 나에게는 sw개발분야는 취업의 대상이 아니었다. 개발자가 인기도 없던 시절이기도 했고, 적성에 딱히 맞는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기획 직무로 취업을 했다.
그룹내 인하우스 컨설팅을 위주로 했고, 몇개월 일해보니 정말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답도 모르고 답이 없는 것같은 상황에서 이게 답이라고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성격이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답이 없고 상급자의 의견에 따라 그 컨설팅 또한 언제든 바뀔수 있는 전문성이 없는 분야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개발자 취업을 준비했다. 부랴부랴 cs지식 공부를 하고 java공부를 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카오 네이버 같은 it기업들이 인기가 많지는 않았던것 같다. 아니 애초에 그런 it기업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중에 좋은학교 실력있는 친구들은 주요 공기업이나 금융권으로 갔고, sk,삼성,lg같은 대기업도 좋은 직장이었다.
또한, 그 당시엔 전공에 대한 제한이 분명했는데, 나는 아무 관련없는 비전공이었음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냥 개발직군으로 지원했다. 그랬더니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을했고, SK에서 서류를 붙여주었다. 알고리즘 시험과 기술면접을 봤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운좋게 최종면접까지 합격을 하여 개발자 인생이 시작되게 되었다. 지금생각해도 왜 붙여줬는지 이해가 잘 안되긴 한다.
SK에 갔더니 2달간 신입연수를 시켜주었고, 연수를 받기전에 역량테스트를 했는데 역시나 꼴찌에 가까웠다. 150명 가까운 동기중에 나같은 완전한 비전공자는 나 한명 뿐이었던것 같다. 이중전공을 하거나 그나마 C정도는 해본적이 있는 전자공학인 친구들이 비전공으로 분류되었다.
나는 항상 슬로우 스타터였기에 결국은 실력의 갭을 좁히고 내가 더 잘할수 있다는 생각에는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다. 1달간의 기술연수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마지막 시험때는 꽤 높은 등수까지 올릴수 있었다. 그 뒤로는 나름의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갔고, 항상 전공지식에 대한 기술부채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해나갔다.
성경을 보면 먼저된자가 나중된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항상 그런류의 말을 믿는편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하지 않는가.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든 결국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다음주에는 이런 나의 얘기도 해주면서 수강생들을 응원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비전공생들이 비전공이라는 틀에 갇혀 스스로의 기준치를 낮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의 세계에서 비전공이라 어떠하다 라는 변명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변명이나 사정을 스스로가 자꾸 생각하게 되면 기준치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결국은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가 될 것인데, 비전공이라 그렇다라는 말이 절대 개인사정으로 이해될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이 분야에 발을 들인순간 그러한 복잡다단한 개인 사정은 잠시 접어두고 치열하게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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